Articles - 어눌함
노신 선생의 첫 소설집의 이름이 '눌함'인데 지금껏 이 말이 눌변, 곧 말하기 쉽지 않아 어렵사리 꺼낸 글 이란 것으로 추측했었다.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선생이 세상에 글을 내면서 어느 정도 겸양의 의미를 뜻하는 글자를 택했거니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쟁터에서 서로 양 진영을 향해 깃발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는 '요기눌함' 에서 유래한 '함성' 이란 뜻이었다. - 역시 대 문호의 기개는 나 같은 소인배가 감히 범접할 바가 아니다.
IT 업계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내 손으로 내 글을 담아 보고 싶어 시작했던 홈페이지가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다행히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존경하는 노신 선생의 행적을 따라 (겸손하게) '눌함' 이라고 표제를 달고 싶었으나 혹시나 해서 확인한 뜻에 화들짝 놀라 '어' 자를 앞에 붙여 제목으로 삼는다.
Books -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행위를 한다는 뜻이다.영상과 소리라는 멀티미디어 시대는 고리타분해지고,하지만 이렇게나 무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더 이상 삶을 이어가기 위해 악다구니를 쓸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15초 안에 도파민을 터뜨려야 선택받는 숏폼의 시대를 지나,
이젠 기계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AI 생성 미디어가 흘러넘치는 지금,
어디 감히 천 년 전에나 먹히던 이차원 매체 나부랭이가 지분거릴 여지가 있겠는가.
SF, Fantasy novels
스터전의 법칙 으로 알려진 말이 있다."90%의 SF 소설은 쓰레기다" 란 도발적인 주장인데 SF 소설을 읽다 보면 - SF 장르의 애호가로서 가슴 아픈 일이긴 하지만 - 진부한 사건과 예상 가능한 전개로 이어지는 수준 이하의 작품이 대부분이란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F 소설을 계속 읽는 이유는 마크 롤린스가 "SF 철학"에서 말했듯이
훌륭한 SF 이야기 속에서 괴물과 맞닥뜨리는 순간 우리가 대면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지금껏 없는 여유 시간과 용돈을 융통해 사 모은 10%의 SF 소설에 대해 목록이나마 한 번 정리하려 마음 먹은 적이 오래 되었다. 하지만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지금까지 진전이랄 것이 없었는데 오늘에야 바로잡아 첫 발을 내딛는다.
앞서 스터전의 말을 소개했지만 실은 스터전이 말한 전체 구절은 다음과 같다.
90%의 SF 소설은 쓰레기다.
실은 다른 모든 것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