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자연인
13/07/2019
세상과 떨어져 홀로 산이나 섬에 사는 사람을 찾아가는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인간 세상의 제약이나 구속 등을 다 떨쳐버리고 오로지 자기만을 위한 삶을 산다는 점과 뭐든 필요한 것을 자기가 직접 만들어 쓴다는 것이 은근히 사람의 마음을 끄는 부분이 있어 보다 보면 홀린 듯 계속 다음 편을 찾아 보게 된다. 지금까지 한 3~40여편 정도는 너끈히 본 듯 한데 그러다 보니 이제 케이블 채널에서 틀어주는 재방송들은 거진 섭렵한 것 같고 이렇게 한 번 본 것을 처음의 흥분이 가신 상태에서 다시 보니 조금씩 이상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예를 들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밥 때가 되면 자연인들이 진행자에게 밥을 내어놓는데 사실 이게 이상하다. 왜냐하면 지금껏 한 번도 벼를 키우는 모습을 방송에서 본 적이 없다. 밭 벼 라고 굳이 논이 아니더라도 키울 수는 있다고 알고 있지만 지금껏 시청하면서 자연인들이 텃밭에서 고작해야 고추, 감자 정도 키우는 것이지 벼를 수확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이 하얀 쌀밥은 어디에서 왔는가 라는 존재론적 의문이 아니 생길 수가 없다.
또 한 가지로는 산을 돌아다니면서 무언가 약초나 식용 작물같은 것들을 채집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잘 보면 점심 먹고 해질녘까지 온 산을 헤집은 결과가 고작 풀뿌리 몇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진행자의 과장된 감탄에 짐짓 별 것 아니란 말투로 저녁은 오늘 채집한 것으로 간단히 먹어보자 라고 말은 하지만 실상은 어떻게 구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처마 밑에 대롱대롱 달려 있던 말린 물고기나 멧돼지 다리를 굽거나 뿌옇게 화면 처리를 해서 상표는 보이지 않지만 누가 봐도 공장에서 만들어 낸 튀김용 콩기름을 들들 부어 볶음밥을 만들어 대접한다. 그리곤 2박 3일의 일정이 끝나고 이제 헤어져야 하는 진행자와 자연인이 아쉬움과 추억을 남기고 헤어진다는 스토리가 이어지는데 나는 전날 수준으로 먹으면 삼 일도 못 가서 자연인이 가진 게 거덜날 것이 뻔해서 오히려 방송 촬영이 끝난 후 자연인은 풀이나 뜯어먹는 기간이 얼마나 길어야 할까 가 궁금하다.
공구리콘크리트 사막이라고 불리우는, 생명을 찾아보기 힘든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에게 수렵 채집 생활은 여유와 낭만을 자극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혼전에 얻은 제 자식을 다섯이나 고아원에 내버렸으나 교육에 대해 이런 저런 좋은 말씀을 책으로 쓴 장 자크 루소의 '고귀한 야만인' 이론은 단지 뇌내 망상 인 것이 밝혀진 지 오래이고 인간이 자연과 정말 몸으로 맞짱을 뜨면 생존을 위해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다해야 겨우 목숨을 이어갈 수 있고 그 시간이라고는 길어 봤자 40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인류의 지나온 역사로 이미 명백하게 밝혀진 바다.
여기까지 글을 쓰고 보니 무슨 기술 만능주의자의 독설처럼 되어버렸는데 그래도 '나는 자연인이다' 에서 정말 현대 사회와 유리되어 자신의 힘으로 대부분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다. 정말 가지고 들어온 몇 개의 현대적인 물품 외엔 모든 것을 자신이 직접 가꾸고 채집한 것만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그걸 보면서 생각한 것은 자연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생활 이라기 보다 이건 그냥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삶의 질을 밑바닥까지 떨어뜨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인간이 생존을 위해 자연과 투쟁한 것은 인간의 시작부터 계속되어 왔고 이제 자연의 이치를 더 많이 알게 되어 환경의 지배를 덜 받게 되자 그 반동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에 대한 향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자연과 함께 하는 예전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를 찬찬히 살펴보면 인생의 시작부터 홍역 등으로 무수한 얘들이 썰려 나갔고, 살아남아 영위하는 생활 수준은 육류를 일 년에 명절 즈음에나 겨우 맛볼 수 있는 정도이며 각종 세포들이 이상 증식을 일으켜 암으로 발병하기 전에 이미 수명이 다해서 노년의 삶이란 것이 그다지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괜히 두보가 '인생 칠십 고래희'라고 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美 홍역 20개州 급속 확산…'25년만의 최악' 우려 란 소식을 들어보면 주식 시장에 평생 모은 전 재산을 털어먹으신 아이작 뉴턴의
나는 천체의 움직임은 측정할 수 있어도 인간의 어리석음은 측정할 수 없다나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단지 두 가지만 무한하다. 하나는 우주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인간의 어리석음이다. 하지만 전자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겠다.란 이야기가 납득이 가고도 남음이 있다.